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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의 황혼 단상] 무슨 面目으로
 
양천신문 기사입력  2022/02/15 [01:13]

수필가 이영호

(전 강서고·영도중 교감)

 

 

기대를 걸고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성과가 좋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럴 때 흔히 당사자에게 면목 없다라는 표현을 하게 된다. TV 뉴스를 보니 코로나19의 확산세를 꺾기 위해 방역 당국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확진자 수와 변이 바이러스가 전국 곳곳 일상 공간에서 전파가 늘어나는 추세로 상황이 더욱 심각하고 안 좋아진다고 한다. 그러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부가 국민의 큰 불편과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면서 방역 강화 조치를 거듭하고서도 코로나 상황을 조속히 안정시키지 못해 송구한 마음 금할 수 없다며, 불안과 걱정이 클 국민을 생각하니 면목 없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면목(面目)이란 말은 중국 사기(史記)의 항우본기(項羽本紀)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와 한()나라의 전쟁에서 유방이 승리하고 항우가 패했다. 패전 길에 나선 항우가 오강 앞에 이르자 오강의 관리자가 빨리 강을 건너기를 재촉했으나 항우는 웃으며 하늘이 나를 버렸으니 내가 어떻게 강을 건너겠는가, 설령 강동의 부형들이 나를 동정해 왕으로 삼아준다고 한들 내가 무슨 면목으로 그들을 볼 수 있겠는가, 설령, 그들이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 마음이 부끄럽지 않겠는가.”라고 말하고 자결하고 만다.

 

한편, 불가에서는 면목을 모든 사람이 지닌 본래의 참모습, 누구나 지닌 불성(佛性)과도 통한다고 본다. 얼굴과 눈이 우리의 본 모습과 연결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남을 향한 얼굴 표정과 눈짓에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오늘날에는 대체로 낯, 체면, 남에게 드러낼 얼굴 등의 의미로 쓰인다. 흔히 문제 자식을 둔 아비가 면목이 없다고 사과하고 죄지은 자식이 부모를 볼 면목이 없다고 한다.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평소 허물없이 지내던 사람이 이해관계 부분에서 갑자기 안면몰수(顔面沒數)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하거나, 서로 간의 신념과 예의에 어긋나거나 실망스러운 언동을 하게 되면 거리가 멀어지게 마련이다. 면목 없는 행동이다.

 

사회에서 만난 경우는 거리를 두고 안 보면 그만이지만, 직장조직에서 같이 근무하는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매일같이 보기 싫어도 보면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간에 은연중 거리를 두고 생활하기 마련이다.

 

사리 판단 없이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도 오해를 낳고 결국 면목 없는 자가 되고 만다. 아랫사람으로서 분수를 지키지 못하고 윗사람으로서 체면이 서지 않는 언사 역시 면목 없는 행동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는 방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면목 없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면 상대의 상황을 더욱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언동은 더욱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나와 잘 알고 지내던 한 사람은 오래도록 친분을 쌓아오던 사이인데, 의견 차이로 헤어지고 말았다. 또 다른 한 사람은 해외여행을 같이 가기로 약속했는데, 그사이 중요한 일이 발생해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서로 틀어져서 헤어졌다. 두 사람 모두 생각과 견해 차이로 소원해졌는데,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전화 연락을 끊고 소식을 단절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섭섭하고 마음이 편치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니 이것 또한 서로 간에 이해와 양보하는 마음과 진정성이 부족하고, 자기 나름의 자존심 때문에 생긴 어리석음이란 생각에 나를 면목 없게 만들고 말았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평등의 가치와 그 가치에 따르는 정의로운 사회를 이룩하는 것이다. 우리의 앞날을 위해 20대 대통령선거에 여야 후보들이 공정과 상식, 민생과 경제정의를 내걸며 내놓은 정책 주장들이 많다. 부디 앞으로 국민 앞에 면목이 서고, 위기 상황을 잘 이끌어갈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기대한다.

 

인생길을 쉽고 편하게만 가려고 하면 반드시 문제를 일으키고 면목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고희(古稀)가 넘어서야 터득한 나의 처세술이라 할까, 좌우명 숙제를 만들지 말자를 되뇌며, 나만의 줏대를 지키며, ‘면목 있는 사람으로 기억 되기 위해, 남은 인생 조용히 보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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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2/15 [01:13]  최종편집: ⓒ 양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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