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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논단
[이영호의 황혼 단상] 코로나 시대 가요무대 애시청자의 하루
수필가 이영호 (전 강서고·영도중 교감)
기사입력: 2021/12/03 [17:05]   양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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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신문

코로나19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자 요사이는 집에서 소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갑갑하고 불편스러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도 적응이 돼간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여행 다니고 이곳저곳 쏘다니기를 좋아해서 시간이 빨리 가는가 했지만 지금은 남아도는 것이 시간이다.

 

정년퇴직 후 출퇴근할 일도 없어 누군가로부터 시간 제약을 받는 일 없고 시간 관리만 잘 하면 된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대개 이렇다. 책 읽고 인터넷 바둑 두고 일간신문에서 알려주는 각 TV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볼만한 것을 메모해 두었다가 시청한다. 교양이나 건강 프로도 자주 보지만 그중에서 가장 즐겨보는 것 중의 하나가 가요무대.

 

가요무대는 KBS1에서 매주 월요일 밤 10시부터 11시까지 가수들이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며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중장년층 대상 프로그램이다. 1985114일부터 현재까지 1727(20211129일 기준) 방송하며 오랜 기간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가요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노랫말에는 우리 민족이 겪어온 슬픔과 고통, 가난, 외로움 그리고 사랑, 이별, 그리움이 많이 담겨 있어 시청할 때마다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 노래들은 대개 나의 살아온 삶과 닮았고 추억의 여행길을 걷게 해주어 가요무대를 즐겨보는 것이다. 몇 년 전에는 가요무대를 방청객으로 직접 관람한 적도 있었다. 화려한 무대에서 가수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감동은 두 배였다.

 

가요무대는 그 노래들도 좋지만 그 노래를 짓고 부른 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왕년의 명가수가 가끔 무대에 등장해 예전의 그 열정 그대로 열창할 때에는 청중들의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한때 명성을 날리던 작사가, 작곡가, 가수의 노래를 젊은 후배 가수가 대신 부르고 이젠 이 세상에서 사라진 그들의 이름을 자막으로 접할 때는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기도 한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전에는 친목 모임이나 가족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가요무대에 자주 나오는 노래들을 부르기도 했다. 내가 즐겨 부르는 곡은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로 이어지는 가수 최희준의 하숙생이다. 젊은 시절, 고향과 부모 떠나 상경해 객지에서 생활하면서 쓸쓸하고 외로울 때 즐겨 부른 노래다. 가수 최희준도 좋아했는데 그는 3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가수들이 그들이 한평생 누볐던 무대를 떠나듯 우리도 언젠가는 인생의 무대를 떠나야 한다. 그렇다. 우리는 인생 무대에 서 있는 연기자들이다. 가요무대, 연극무대와 다른 점은 인생 무대에는 연습이 없다는 점이다. 하루하루가 실제 공연이다.

 

하지만 같은 점도 있다. 가수와 배우가 혼신을 다해 맡은 소임과 배역에 충실할 때 인정받듯 우리도 오늘 내가 맡은 역할을 멋지게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 갈채를 받고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삶이 아무리 괴롭고, 즐거워도 시간은 머물지 않고 흘러가기 마련이다인생은 왕복 승차권이 없는 편도 승차권이다. 고해(苦海)의 인생길에서 그동안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나의 무대의 마지막 막이 내리는 순간까지 희망과 보람의 나날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지난달 가요무대에는 가을 노래들이 많았다. 추억의 노래와 함께 오늘 하루도 무사함에 감사하며, 코로나 전으로 빨리 돌아가 노래방에서 사람들과 멋들어진 노래 한 곡 뽑을 수 있게 되길 학수고대한다. 코로나-19, 썩 물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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