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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의 황혼 단상] CCTV 목줄은 시민이 쥐어야 한다
 
양천신문 기사입력  2021/10/29 [17:51]

수필가 이영호

(전 강서고·영도중 교감)

 

사람들이 생활하는 주변 곳곳에 CCTV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시내에 볼일을 보고 집에 돌아오기까지 자신도 모르게 30번 이상 CCTV에 신체가 노출된다고 뉴스에 보도된 적이 있다. 나는 호기심이 발동해서 현장의 CCTV를 탐지하기로 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출발, 승강기를 타고 내려오는데 한 번, 현관 출입구를 나서는데 두 번, 출입구를 나와 아파트 동 사이를 지나는데 세 번, 양쪽 동 사이에 설치된 오른쪽에서 네 번, 왼쪽에서 다섯 번, 아파트 정문 밖을 빠져나가는데 여섯 번, 건널목에서 일곱 번, 버스 정거장에서 여덟 번, 타고 가는 버스 안에 설치된 것까지 버스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아홉 번이나 노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길거리나 건물 입구, 사무실, 은행 창구, 식당, 백화점, 마트, 호텔, 공중화장실 등 사람들이 많이 출입하는 곳에는 CCTV가 모두 설치돼 있어 아마도 감시 카메라에 노출되는 수는 백회도 넘을 것 같다. 그뿐인가. 자동차를 몰고 다닐 때도 신호위반이나 과속 단속, 주차위반 감시 카메라가 사방에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몇 년 전 싱가포르 여행 때의 이야기다. 작은 나라지만 법이 엄격해 길거리에 더러운 것이 없고 깨끗한 나라였다. 가이드의 말이 담배꽁초를 거리에 함부로 버리다가는 CCTV에 감지돼 많은 벌금을 물게 된다며 거리 골목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고 했다.

 

CCTV의 활약이 점점 커지는 배경에는 첨단 기술의 발전과 관련 있다. 과학기술과 ICT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각 국가는 인공위성 레이다를 통해 지구와 우주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속속들이 관찰하고 감시할 수 있게 됐다. 기후변화 측정, 자연재해 예측, 군사적 목적 등에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람의 비명이 들리면 그쪽으로 방향을 틀어 촬영할 수 있는 지능형 CCTV도 개발돼 사건 사고에 대한 신속한 초동대처가 가능해졌다.

 

CCTV 기술 발전의 부작용도 있긴 하다. 모텔방이나 공중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해 불법 촬영하는 등 CCTV 기술을 악용하는 자들이 여전히 기승을 벌인다. 공공 영역에 머물러 있어야 할 CCTV 기술이 사적 영역에서 악용될 때 그 폐해는 매우 심각하다. 이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항상 개선돼야 할 것이다.

 

이처럼 CCTV의 순기능은 많다. 유치원 교사가 아이를 심하게 때리는 장면을 CCTV가 감지한 것이나, 경찰이 CCTV에 찍힌 살인강도의 인상착의를 보고 체포에 나설 수 있는 것 등은 좋은 일이다. 자가용의 안전장치로 정착한 블랙박스와 개인 주택에 설치된 범죄예방 카메라는 현대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은 CCTV 기술의 진가를 잘 보여준다. 이제는 아동학대 예방 등을 위한 유아원, 초중등학교 CCTV 의무설치 및 병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등도 제기되는 등 CCTV는 앞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활약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CCTV를 공개된 장소에 설치하는 목적은 범죄 예방 및 수사, 시설 안전 및 화재 예방, 교통단속, 교통정보의 수집. 분석, 제공 등을 위해서다. 그러나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이를 당연시만 여기는 태도는 인권 및 개인의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민주사회에 역행하는 통제사회로 이어지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인류 의식의 성숙으로 CCTV가 확보한 각종 영상 기록물이 그 공익적 목적으로만 사용된다면야 얼마나 좋을까마는 만에 하나 이를 불법적으로 활용하려는 은밀하고 불순한 세력이 있다면, 게다가 그 세력이 공공의 얼굴을 한 이들이라면?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다.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위한 CCTV 설치는 옳은 일이다. 그러나 도처에서 나를 바라보며 영상데이터로 기록하는 CCTV를 보자니 마치 벌거벗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CCTV가 그 공익적 진가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과학기술과 빅데이터를 쥐고 있는 제 권력 기관을 시민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시민의 인권 의식 역시 늘 깨어 있어야 하고, 늘 실질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강력한 열망을 권력 기관에 보여 줘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CCTV의 목줄은 시민이 쥐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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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0/29 [17:51]  최종편집: ⓒ 양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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