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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의 황혼 단상]
 
양천신문 기사입력  2019/02/11 [14:58]

이영호

전 강서고, 영도중 교감

 

 

음식점에 가보면 손님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벽면에 식단 차림표와 원산지 표시판이 붙어 있다. 원산지 표지판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중동 등 산지에서 수입한 다국적 농축산물임을 알려주고 있다.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는 농산물, 수산물이나 그 가공품 등에 대해 원산지 표시를 하여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을 지난 2010년 2월 4일 제정한 바 있다. 이후 필요에 따라 일부 내용이 개정 추가되거나 강화되어가고 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몸과 땅은 둘이 아니라는 뜻으로 자신이 사는 땅에서 생산되는 것을 먹어야 체질에 잘 맞는다는 말이다. 옛말에 ‘밥이 보약’이라고 하듯이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부터 사방 4km 안에서 난 모든 음식이 생약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지구촌 시대가 되고 무역 장벽이 무너지면서 외국에서 온갖 농수산물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며 전통 고유의 음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 비율은 매우 낮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인천항은 세계 최대 식량 수입 항구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곡물 수입은 세계 곡물 무역량의 약 4.8% 규모에 이른다. 일본은 10.1%에 이르지만 일본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은 일찍이 식량 주권 개념을 앞세워 해외 생산기지 건설을 주력해 왔다. 일본의 곡물 수입은 일본 기업이 해외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물량이다. 일본은 90% 이상 외국에서 유기농 인증을 내어주고 엄격한 관리와 검사를 통하여 모자라는 부분의 농산물만 수입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적으로 다국적 곡물 자본에 수입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의식주 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인 먹고 마시는 문제에 있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전 세계 곡물 교역량의 80%를 차지하는 미국의 카킬과 아츠다니엘스(ADM), 프랑스의 드레퓌스, 아르헨티나의 붕게, 스위스의 앙드레 등 5대 곡물 메이저 기업들이 세계 곡물 시장을 좌우한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미국 시카고 선물 거래소에서 곡물을 사들이고 이를 각 정부와 기업에 판매해 엄청난 이윤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다국적 곡물 자본의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식량 주권문제를 논의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농산물 개방 정책 이후 농촌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가속화하는 품목별 개방의 물결 속에 한국 농업의 현실이 걱정된다.


우리의 건강한 밥상을 위해 농민 단체, 친환경 농산물 단체, 생산자, 중간 상인, 소비자. 건강 의료 단체가 각자의 역할을 찾아 애국하는 마음에서 협력해야 한다. 외국산 쇠고기를 한우로 둔갑해서 판매한다든지 불량식품을 만들어 판매한다든지 하는 파렴치한 자들은 엄하게 벌해야 한다. 음식점 주인도 원산지 표시를 바르게 하고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어 소비자들과의 든든한 신뢰를 이어가야 한다.


집 밥이 가장 믿을 수 있고 건강한 밥상이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외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며칠 전 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음식점에 들렀다. 순두부 백반을 시켰다. 가려진 주방에서 내오는 ‘다국적 밥상’을 주인을 믿고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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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11 [14:58]  최종편집: ⓒ 양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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