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잠이 깨어, 더 누워있기도 뭐하고 해서 일어났다. 근처에 있는 호수공원을 아침 운동 겸 가고 있는데,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는 최 사장을 만났다.
최 사장은 새벽잠이 없어서, 오전 5시면 일어나 매일 호수공원 열 바퀴를 돌고 온다고 하며, 한 바퀴 도는 데는 1킬로라고 했다. 같이 돌면서 얼굴을 서로 마주치게 도는 사람을 지적하며, 모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고 있는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항상 반대쪽으로 도는 사람이 몇 명 있다고 하면서, 저런 사람은 반골기질이라고 하며, 호수공원을 꼭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아야 한다는 수칙은 없지만, 공동체 생활에서 모두를 위해 사회규범이 있듯이 서로의 안위를 위해 작은 데서부터 질서를 지키고, 서로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골기질이라는 의미에 대해 평소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이유 없이 불평불만에서 시작, 자기합리화를 위해 반 상식적이고, 반이성적인 언동을 함으로써 주위 사람들로부터 불안하게 하거나 신경 쓰이게 하고,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불통인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반골은(反 거꾸로 반, 骨 뼛골) 뼈가 거꾸로 솟아 있다는 뜻으로, 삼국지 제갈공명이 위연(魏延)을 두고 한 말이다. 중국 촉나라에 용감하고 지략이 뛰어난 장수 위연(魏延)이 있었다. 그는 자기 능력을 과신한 탓으로 상대편을 깔보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유비(劉備)는 그를 한중(漢中)의 태수(太守)로 임명하며, 앞으로 직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에 관해 물었다. 이에 위연은 만일 조조가 공격해 온다면, 왕을 위해 그를 막을 것이라고 말해, 유비와 주변 사람들이 그의 큰 뜻에 감동하였다. 그러나 제갈량(諸葛亮)만은 그의 목덜미에 거꾸로 솟아 있는 뼈를 보고, 장차 모반을 도모할지도 모를 위험한 반골기질의 관상이라고 판단해, 별로 좋지 않게 여겼다. 어느 날 위연은 자기의 머리 위에 뿔 2개가 거꾸로 솟아 있는 이상한 꿈을 꾸어 역술가 조직(趙直)에게 해몽을 부탁하자 길몽이라고 대답했다.
세월이 흘러 유비와 장비도 죽고, 제갈량마저 병으로 죽고 없을 때, 위 연은 해몽을 그대로 믿고 병권을 장악하기 위해, 모반을 꾀하려 하였지만, 제갈량이 죽기 전에 미리 알아차려 대비책을 세워 두었기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위연은 유비의 부하 마대(馬岱)의 칼에 죽는다. 사실 위연의 꿈에 등장한 뿔(角)은 칼(刀)을 사용한다는 뜻으로 길몽이 아닌 흉몽이다. 반골기질이란, 원래 위연이 일으킨 모반이라는 뜻이지만 삼국지의 저자 진수(陳壽)는 위연이 결코 촉나라를 모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결론을 내려, 오늘날에는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긍정적인 뜻으로 알려져 있다. 반골기질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해 보면, 불의와 부정에 굽히지 않는 감수성이 강하며 원칙주의자이며, 강골 성격의 소유자다.
또한, 국가의 기득권을 점유한 극소수의 지배계층들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법을 정해, 피지배 계층을 세뇌하고 순응하도록 만들며 지배해 왔다. 교묘하게 국가를 자기들이 유리한 쪽으로 유지 시키려고 하는 핵심 규율의 정체성을 간파하고, 이에 맞서 원칙주의와 정의 사회를 위해 저항한 세력들이기도 하다. 기득권자들이 볼 때는 골치 아픈 반체제 세력들이다.
언론 역시 가짜뉴스가 아닌, 빠르고 정확한 보도와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독자의 알 권리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 필요하며, 권력에 아부하는 기생 기자가 아니라, 사실에 입각한 언론 직필의 기사를 작성하고 보도해야 마땅하다. 불의와 부정에 맞서기 위해서는 반골 정신, 저항기질의 붓을 들어야 한다고 본다.
정치, 언론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불의와 부정에 정의감을 굽히지 않는 원칙주의 반골기질이 곧, 나라가 유지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희망이다. 자기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따르지 않는 이기주의적 기질이 아니라, 불의와 권력에 맞서 싸우는 반골기질이 필요하다. 우리의 역사가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지금까지 버텨온 것도, 나라를 위하는 반골기질의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밀물처럼 몰려오고 있다. 생활의 편리를 가져오는 첨단기술이 반갑기도 하지만, 진정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국가 간에 경제적 각축전, 정치, 종교적 갈등으로 인해, 조용할 날이 없다.
지구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환경오염, 지구온난화로 자연생태계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 김정은의 오판과 핵실험으로 인해 국민은 몹시 불안해하고 있고, 우리 민족의 소원인 평화통일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북미 관계와 복잡하게 얽힌 한반도 정세의 실마리를 속 시원히 풀 수 있는 반골기질의 능력을 갖춘 해결사가 절실히 요구된다.
■ 작가 약력
전 강서고·영도중 교감
계간 ‘창작산맥’ 수필 등단
저서 수필집 ‘시니어의 옷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