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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의 황혼단상> 어떤 호객행위에는 넘어가 줘야겠다
 
양천신문 기사입력  2020/02/03 [12:30]

이영호 작가

전 강서고·영도중 교감

 

집과 가까이 재래시장이 있어 가끔 들러보는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특산물과 온갖 상품들이 상점마다 가득 진열돼 있어 구경 재미가 쏠쏠하다. 먹을거리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해 후한 인심과 온정이 느껴진다. 저녁이 되면 빈대떡과 파전을 파는 가게에는 항상 사람들이 붐빈다. 빈대떡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나면 옛 시골 5일 장터의 아름다운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시장 한 모퉁이 노점 좌판에서 더덕이랑 도라지나물, 채소류를 파는 할머니가 있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토박이란다. 할머니는 내가 지금 앉아 있는 이 땅이 내가 농사짓고 살던 땅이었다고 했다. 지금은 땅을 팔아 인근 2층 양옥집에서 사신단다.

 

왜 노점을 하시느냐고 묻자 집에서 빈둥빈둥 놀면 뭐하나, 시장 나오면 사람 구경하고 물건 파는 재미도 있고 신장개업이다 뭐다 해서 떡도 주고 음식도 나눠 먹고 해서 하루가 즐겁게 지나가니 매일같이 나온다고 하신다. 할머니는 이따금 거리를 향해 조금은 높은 소리로, 하지만 크지 않은 소리로 도라지 사라, 쪽파 사라며 호객행위를 한다.

 

재래시장에선 행인을 향해 물건을 사라고 소리를 높이 지르며 신나고 재치있게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을 종종 보게 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화려하게 진열된 상품 앞에서 제복을 입고 판매하는 모습과는 다른 생생한 삶의 현장을 느끼게 된다.

 

기업이든 길가에 자리한 상점이든 전통시장 상인이든 상품을 판매하는 이들이라면 호객행위에는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큰 기업은 광고 등을 통해 멋진 연예인을 내세우며 겉으로는 점잖게 고객을 유인하려는 것 같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이용해 여기저기 다양한 매체에 광고를 내고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홍보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시장 상인 저리가라 할 정도로 큰 목소리로 호객행위를 하는 듯싶다.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도 있다. 명동거리를 지나다 보면 음식점이나 상점 입구에 일본 글씨나 중국 글씨로 메뉴를 안내하는 입간판을 세워놓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상인들을 곧잘 본다. 아름다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과 추억만 주었으면 좋겠는데 집요하게 꽁무니를 쫓으며 전단지를 쥐어 주려는 호객꾼을 보면 외국인에게 괜히 내가 다 미안하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호객행위는 때때로 애처롭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 있다. 신나게 목청을 돋우는 과일 장수의 목소리에도 삶의 고단함이 녹아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은 우후죽순 늘어가며 재래시장을 잠식해 간다. 백화점과 대형 쇼핑센터는 갈수록 화려하고 풍부한 볼거리, 오락거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영세 소상인들의 한숨은 커져만 간다.

 

사람들에게 괄시당하지 않으려 할머니가 말을 꾸며 냈는지, 정말로 2층 양옥집에 사시는지 그것은 알 수 없어도 재래시장에서 힘겹게 열심히 하루를 산 상인들이 자리를 털고 가게 문을 닫으면 모두가 포근하고 든든한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어서 오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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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03 [12:30]  최종편집: ⓒ 양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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